인사말

   20세기 후반만 해도 사람들은 세상이 그래도 계속 진보할 것이며 미래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어떤 논자는 자유민주주의의 최종적 승리를 선언하며 ‘역사의 종말’을 운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1세기에 진입한지 2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들은 미래를 훨씬 비관적으로 보게 되었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줄어든 듯이 보입니다. 비단 코로나의 확산 때문만은 아닙니다. 인류의 정치적 종착점으로 여겨졌던 민주주의는 그 본고장에서 크게 동요하고 있고, 빈부격차의 확대는 사회 붕괴를 우려하게 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또한 너무나 빠른 기술발달은 과연 인간이 그 기술을 통제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을 낳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시대에 근대 초기에 성립한 역사학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아닌 게 아니라 최근 들어 역사학의 존재 이유를 묻는 목소리가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역사학자는, 또 역사학 관련 학회들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조만간 회답을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학회는 그러한 거대하면서도 절박한 물음을 함께 고민하는 장이 되고자 합니다.


   역사학도 위태로운 판에 한국에서 일본사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어떤 의미가 있다고 사회를 설득할 수 있을까요? 더구나 현재는 해방 후 한일관계가 지금까지의 궤도를 이어서 가느냐, 아니면 근본적으로 다른 길을 가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는 듯합니다. 이런  때에 우리 일본사학회는 어떻게 역사학의 고민을 깊게 하여 그 지혜를 우리 사회에 들려줄 수 있을까요? 우리 학회는 일본이라는 존재를 우리가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지를, 역사학을 매개로 같이 생각하는 장이 되고자 합니다.


   1994년 설립 이래 우리 일본사학회는 학술활동의 양과 질 모두에서 괄목할 만한 확대와 심화를 이뤄냈습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이미 다가온 ‘난세’를, 학문적으로 다부지게 뚫고 나가고자 합니다. 회원 여러분의 많은 격려와 참여를 앙망합니다.



2021년 1월 1일

한국 일본사학회 회장 박 훈